해외사례

고향사랑기부제의 진화...일본 교탄고시의 ‘고향납세 3.0’

키워드는 바로 ‘고향납세 3.0’

고향납세 제도는 일본의 대표적인 지역재정 보완 제도다. 타 지역 거주자가 지방자치 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를 받고, 그에 대한 답례로 해당 지역의 특산품을 받는 구조다. 지방은 재정을 확보하고, 소비자는 세금 혜택과 지역 특산품을 얻는다.

 

일본 교토부 교탄고시(京丹後市)에는 강력한 지역 콘텐츠가 존재했다. ‘타이자(間人) 게’라 불리는 환상의 게, ‘교탄고 멜론’과 ‘배’, 그리고 ‘단고 고시히카리 쌀’ 같은 특산물이 그것이다. 실제로 고향납세 기부액의 절반은 게 관련 답례품에서 나왔다. 하지만 담당자는 생각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콘텐츠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바로 ‘고향납세 3.0’. 단순히 있는 특산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새롭게 ‘만드는’ 고향납세다.

 

‘고향납세 3.0’의 혁신적 구조

고향납세 3.0의 핵심은 ‘기부가 새로운 산업을 낳는다’는 것이다. 기존 고향납세가 지역 특산품을 활용해 기부를 유도했다면, 3.0은 그 반대다. 기부금을 모아 새로운 특산품과 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프로젝트 공모: 지역 사업자들로부터 특산품 창출을 위한 사업 아이디어를 받는다. 예를 들어, ‘○○포도로 잼을 만든다’ 같은 사업이다.

2. 심사와 채택: 제안된 사업 중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을 선정한다.

3. 크라우드 펀딩(CF) 시작: 고향납세 플랫폼에서 해당 사업에 대한 기부를 모집한다.

4. 목표 달성 시 보조금 지급: 목표액에 도달하면, 모인 기부액의 40%를 보조금으로 교부한다.

5. 사업 실행 후 답례품 제공: 완성된 상품을 기부자에게 보내 지역 브랜드로 육성한다.

 

이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시의 자주재원을 직접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기부금 중 절반은 답례품과 사무경비, 40%는 사업자 지원 보조금, 나머지는 시에 남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지역 산업이 성장하며 경제를 견인하게 된다.

 

 

자금조달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

고향납세 3.0은 단순히 답례품의 다변화를 넘어서, ‘지역경 제를 재설계하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가장 혁신적인 점 은 바로 이 사업이 기존 보조금 시스템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의 지방 보조금 제도는 중앙정부나 시가 직접 예산을 확보해 지원하는 구조였다. 반면 고향납세 3.0은 전국의 기 부자가 모은 돈을 지역 사업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기부 라는 민간 자본이 공공 목적을 위해 활용되며, 중앙정부의 간섭 없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살릴 수 있다.

 

또한,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장점도 있다. 지역 사업자는 상 품 개발 전부터 수요 예측이 가능하고, 일정량의 수주도 확 보할 수 있다. 기획단계에서 소비자의 반응을 살필 수 있어 실패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교탄고시의 실험, 그 현재는

이후 2024년 11월까지 총 21건의 프로젝트가 실행됐다. 초 기에는 새로운 답례품 개발을 위한 시설 정비에 초점을 맞췄 지만, 이후 기존 특산품의 생산력 강화로 확대했다.

 

예를 들어, 기존의 ‘교탄고 멜론’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온실을 증설하거나 저장 기술을 개선하는 사업도 포함됐다.

 

또한, 지역 금융기관과의 연계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포 괄 제휴를 맺은 금융기관이 사업자를 발굴하고, 이들이 고 향납세 3.0 구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중개자 역할을 한 것 이다. 행정과 금융, 민간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이다. ‘

 

지방창생’의 새로운 모델이 되다

교탄고시가 만들어낸 고향납세 3.0은 지역경제를 다시 짜 는 작은 혁신이다. 물론 아직은 실험단계다. 하지만 이 실 험이 보여주는 가능성은 크다. 지방이 더 이상 중앙의 지원 만 바라보지 않고, 자체적으로 자원을 발굴하고, 기획하고, 실행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모델은 일본의 다른 지자체뿐 아니라, 유사한 과제를 안 고 있는 한국의 지방정부에도 시사점을 준다. ‘특산물이 없 으면 만들면 된다’, ‘돈이 없으면 기부를 통해 모으면 된다’ 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전환의 메시지. 지역의 자생력을 키 우는 정책은 거창한 계획보다, 이런 작고 현실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될 수 있다.

 

 

[지방정부티비유=이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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